'버드맨'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나서 관심을 갖고 봤다. 작품상 후보작들 중에서 다른 작품은 아직 못 봤고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4)'만을 봤고 깊은 감동을 느꼈었는데, 그것과는 감동의 질감이 다르지만 충분히 재밌었고 작품성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드맨에게 작품상을 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최근뿐만 아니라 대개 여러 영화제에서는 '어떤 스토리이냐'를 중점적으로 따져보는 경향이 강한데, 그 이유는 CF, 뮤직비디오, 게임 오프닝 동영상이 잘하는 현란하고 다이나믹하고 풍요로운 영상미를 심도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영화 장르에서 파고들어봐야 세속적이거나 흥행위주의 (어떤 영화도 흥행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느낌만 들기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편이었을 수도 있는데, 이번 버드맨에서는 영화 전체적으로 롱테이크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장면에서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도 다양한 방법으로 창의적이게 (매끄럽게) 넘기는 기법을 사용한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영화 전체적으로 연속해서 이런 기법을 사용한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롱테이크 촬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롱테이크만이었다면 기존의 영화와 비교해서 군계일학이 되지는 못 했을 것이다. 대개 영화에서 시간 경과를 디졸브, 어떤 사물 클로즈업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다. 이 요소들이 롱테이크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 같다.

  


아무튼 기교도 훌륭했지만, 내용도 인간적이고 소시민적이고 보편적인 편이다. 비록 예술가라는 직업인이지만 주인공의 내면과 행동은 보통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약간의 초능력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믿고있는 '자신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뭔가가 있다, 는 것을 상징한다). 게다가 유머러스한 장면이 뛰어나다. 단지 위트있거나 재치있는 TV 예능프로의 말발로서가 아니라 굵고 묵직하고 환상적인 영상미로 전하는 유머까지 뛰어났다. "정말로 나는 걸까?" 라고 관객이 혼동하며 즐기고 있을 때,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을 뒤쫓아가며 하는 대사는 그냥 특별할 거 없는 대사인데 정말 메아리가 울리는 신선한 유머였다.  

  


한편, 미국 대중문화(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가 한국이나 다른 대중문화와 가장 큰 차이점은 슈퍼 히어로물에 대한 역사가 깊다는 것일 것이다. 미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질리도록 마르고 닳도록 슈퍼 히어로물을 봤기 때문에 이 장르에서 새로운 경지를 감상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지 않은 편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새로운 감흥의 TV 사극을 또는 TV 로코 드라마를 보고싶어하는 서민들의 욕구와 비슷할 것이다) 마치 수많은 액션 서부영화와 차별되는 뭔가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1992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하고 감독했던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가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던 것이다. 기존의 서부영화 장르를 통찰하는 새로운 리얼리즘이었다. 재미는 없는 편이었지만 서부영화를 질리도록 봤던 미국관객에게는 새로운 감흥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버드맨도 그런 관점에서 슈퍼 히어로물을 질리도록 봤던 미국인들에게 '어른 동화' + '마술적 판타지' + '리얼리즘 히어로물' 이였기 때문에 작품상을 줬을 것 같다. 이야기의 질만을 따진다면 다른 작품상 후보들과 용쟁호투였을 것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버드맨에서 모험적으로 시도한 새로운 촬영과 영상미에게 가산점을 준 것 같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촬영이나 영상미는 준수한 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디자인을 보면서 문뜩 '스팀펑크(steampunk)' 비주얼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올해에는 가상현실기기(VR)가 시장에 출시될 것 같고 (몇 년 후에는 일반 가정에 PC가 있는 것처럼 가상현실기기가 있을 것 같다), 3D 프린터, 가정용 기능성 로봇, 드론도 일취월장할 것 같고, 은빛이나 금빛의 금속성(크롬 광택) 전자제품이 왠지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고, 문뜩 스팀펑크 장르 세계관의 느낌이 종종 대중문화에 일부겠지만 차용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스팀펑크와 사이버펑크와 판타지 장르가 혼합된 세계관의 작품(영화, 애니, 게임)이 나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5년 2월 28일 김곧글(Kim Godgul)  

  

  





   







Running Up Baby

티스토리 툴바